경주 남산 자락, 거대한 바위 하나에 불상·보살·비천상이 그림처럼 새겨진 곳 — 탑곡 마애불상군입니다.
이 일대는 통일신라시대 신인사라는 절이 있던 자리로 짐작되며, 남쪽 바위에 남은 목조건물 흔적과 흩어진 석탑 조각들이 그 근거입니다. 9m나 되는 사각형 바위의 남쪽 면엔 삼존불과 독립된 보살상이, 동쪽 면엔 불상·보살·승려·하늘을 나는 비천상까지 회화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불상과 보살상은 모두 연꽃무늬 대좌와 빛을 형상화한 광배를 갖췄고 저마다 자세와 표정이 다르며, 서쪽 면엔 석가가 도를 깨쳤다는 보리수 두 그루와 여래상도 새겨져 있습니다. 오랜 세월 마멸이 심해 세밀한 조각 수법까지 알아보긴 어렵지만, 하나의 바위 면에 탑·불상·비천·승려까지 다채로운 장면을 한꺼번에 담아낸 구성은 한국에서도 특이한 사례로 꼽힙니다.
경주 남산 자체가 곳곳에 흩어진 마애불과 석탑으로 '노천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유적이 풍부한데, 그중에서도 탑곡 마애불상군은 접근성과 규모 면에서 대표적인 곳으로 꼽힙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오랜 풍화로 조각이 흐릿해진 부분이 많아, 사전 지식 없이 보면 무엇을 새긴 건지 알아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산길을 조금 올라야 하므로 편한 신발이 필요하고, 상시 개방이며 무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