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의 8배 규모였다는 신라 최대 사찰의 옛터 — 황룡사지입니다.
553년(진흥왕 14년) 창건이 시작돼 566년 주요 전당이, 645년(선덕여왕 14년)엔 백제 장인 아비지가 3년 만에 완성했다는 높이 약 80m의 구층 목탑까지 세워지며 신라 호국 신앙의 상징이 됐습니다. 국가 사찰로서 역대 왕들이 자주 찾았고, 신라 멸망 후 고려 왕조에서도 깊이 숭상받아 탑 수리용 목재까지 지원받았습니다.
하지만 1238년 몽골군 침입으로 탑을 포함한 모든 건물이 불타 없어졌고, 이후 오랫동안 터만 남아 있었습니다. 1976년부터 8년에 걸친 발굴로 일탑 삼금당식이라는 독특한 가람배치가 밝혀졌고 4만여 점의 유물이 출토됐습니다.
지금은 상부 구조까지 정확히 고증되지 않아 전체 복원은 이뤄지지 못했고, 64개 주춧돌로 된 기단부만 복원돼 있습니다. 구층 목탑이 서 있던 자리엔 탑을 지탱했던 중앙 기둥의 심초석이 그대로 남아 있어, 한때 이 넓은 터를 가득 채웠을 거대한 사찰의 규모를 가늠하게 해줍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눈에 보이는 건 넓은 빈 터와 주춧돌뿐이라, 불국사처럼 화려한 건물을 기대하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터 옆 황룡사역사문화관에서 구층 목탑을 10분의 1 크기로 재현한 모형과 3D 영상을 먼저 보고 가면 이해가 훨씬 깊어지고, 상시 개방에 무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