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만큼 반전 많은 궁궐도 없습니다. 소박한 왕실 거처로 시작해, 1592년 전쟁으로 주요 궁궐들이 불탄 뒤 임시 궁궐이 되었고, 수백 년 뒤엔 가장 극적인 장으로 이어집니다 — 고종이 이곳에서 황제로 즉위하며 한국을 자주독립 제국으로 선포한 것이죠. 외세에 밀리지 않으려면 한국도 근대국가임을 증명해야 한다는, 승산 낮은 승부수였습니다.
그 야심은 건축에도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전통 목조 전각 바로 옆에 그리스 신전 양식 석조건물 석조전이 서 있는데, 고종이 의도적으로 지은 일종의 '선언문' 같은 건물로, 지금은 그 시기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관으로 쓰입니다.
정문 앞 무료 수문장 교대식(오전 11시, 오후 2시·3시반, 월요일 휴무)은 쉽게 챙길 수 있는 볼거리이고, 정해진 시간엔 전통 복장을 입고 수문장과 사진도 찍을 수 있습니다. 궁 바깥 돌담길(덕수궁 돌담길)은 인기 산책로인데, 현지엔 '이 길을 함께 걸으면 커플이 헤어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어 대화 소재로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