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이나 화산재 분출 없이 폭발만으로 만들어진,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화산 지형 — 산굼부리입니다.
제주도엔 360여 개의 기생화산이 있지만, 대부분 대접을 엎어놓은 듯한 분화구 형태인 데 반해 산굼부리만은 용암·화산재 분출 없이 폭발로 암석이 날아가 구멍만 남은 마르(Maar)형 화산입니다. 둘레 2km가 넘는 이 지형은 한국에 하나뿐인 마르 화산이라는 희소성 덕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분화구 밑바닥엔 틈이 많아 물이 잘 스며들다 보니, 높이와 일조량에 따라 온대·난대 식물이 함께 분포하는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돼 있습니다. 붉가시나무·후박나무 같은 상록활엽수부터 상수리나무·단풍나무 같은 낙엽수까지 한자리에서 볼 수 있고, 노루·오소리 등 야생동물의 서식처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계절마다 다른 매력이 있지만 가장 유명한 건 가을철 억새로, 10~11월이면 분화구 둘레길을 따라 은빛 억새가 물결치듯 펼쳐져 장관을 이룹니다. 봄엔 분화구 밑바닥에서 피어오르는 구름이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기도 합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분화구 안으로 내려가는 건 생태 보호를 위해 금지돼 있어, 둘레길에서 내려다보는 감상이 전부라는 점은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개방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른데(3~6월·9~10월 09:00~18:40, 7~8월·11~2월 09:00~17:40, 기후에 따라 변동), 방문 전 확인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