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무덤인데 벽 안쪽에 그림이 그려진 특이한 고분 — 거창 둔마리 벽화고분입니다.
금귀봉에서 동남쪽으로 뻗은 산등성이, '석장골'이라 불리던 자리에 있는 이 무덤은 네모난 지대석 위에 둘레돌을 얹고 봉분을 쌓은 방형호석 형태입니다. 무덤 동·서 양옆엔 지금도 문인석 형태의 석인상이 남아 있는데, 서쪽 석인은 상반신이 잘려나가고 하반신만 남아 있습니다.
내부는 상자 모양 돌덧널 두 개로 이뤄진 굴식돌방무덤으로, 발굴 당시 서쪽 덧널에선 나무 널이 나왔고 동쪽 덧널은 비어 있었습니다. 두 덧널 벽면 모두 회칠 위에 흑·녹·갈색으로 인물을 그린 벽화가 확인됐는데, 동쪽 벽엔 악기를 연주하는 선녀 여섯 명이, 서쪽 벽엔 여성 둘과 남성 한 명의 얼굴이 그려져 있습니다.
화려한 왕릉이 아닌 일반 무덤급에서 벽화가 발견된 드문 사례로, 자유롭고 생기 있는 붓놀림에 불교 사상을 중심으로 도교적 요소까지 섞여 있어 고려시대 미술사 연구에서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무덤 내부 벽화는 보존을 위해 직접 볼 수 없고 외부 봉분과 안내판, 석인상만 관람 가능하며, 주차 시설이 없어 도보 접근이 필요합니다.
상시 개방이며 무료입니다.